가정과 생태환경

[주님 보시니 좋았다] (6) 사육곰도 반달가슴곰이다
ㆍ작성자 관리자
ㆍ작성일 2019-09-30 (월) 16:12
ㆍ조회: 28      

[주님 보시니 좋았다] (6) 사육곰도 반달가슴곰이다

웅담 얻으려 생명 가두고 죽여도 되나?

멸종위기에도 사육곰 사업 여전히 존재
2025년까지 웅담 채취 가능한 엉터리 법
보호구역 지정해 동물 생활 안정시켜야



다른 생명체들이 인간의 자의적인 지배 아래에 놓이는 단순한 대상이라고 여겨져야만 한다는 생각도 그릇된 것일 수 있습니다. 자연을 단지 이윤과 이익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이는 사회에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합니다.”(「찬미받으소서」 82항)

“이 세상의 피조물들에 대한 무관심이나 잔혹함은 언제나 어느 모로든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의 마음은 하나여서 동물을 학대하도록 이끄는 비열함은 곧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타나게 됩니다.”(「찬미받으소서」 92항)




녹색연합이 환경부와 함께 2018년 12월 7일 강원도의 한 사육곰 농장에서 구출한 반달가슴곰 ‘반이’.녹색연합 제공
우리나라의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장소는 크게 3곳으로 나눌 수 있다. 지리산을 비롯한 숲, 동물원, 그리고 사육농가다. 살고 있는 곳에 따라 처지도 제각각이다. 넓은 자연 속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넓지는 않지만 적절한 먹이와 관리를 받고 있는 동물원 반달가슴곰, 그리고 이에 비해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사육곰.

모두 가슴에 반달 무늬가 있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는 같은 곰인데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반달가슴곰들을 하나의 동등한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의 편의에 따라 그 용도를 다르게 나누어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육농가의 반달가슴곰은 오로지 웅담 채취를 위한 목적으로만 사육되기 때문에 사육 환경, 복지 등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사육곰의 비극은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농가의 수입 창출 방안이라며 재수출 목적으로 곰을 수입할 것을 장려했다. 1981년부터 1985년까지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493마리의 곰이 수입됐다. 재수출 용도로 수입을 시작했지만 농가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한 반달가슴곰들은 불법으로 웅담을 채취당하는 일이 빈번했고, 곰 요리도 암암리에 판매됐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곰을 사육하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1985년 사육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다. 이후 1993년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며 사육곰 수출이 막히게 됐다. 농가의 불만을 지우기 위해 환경부는 1999년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 따라 24년 이상 된 곰들에 한해 합법적 웅담 채취를 허용했고, 2005년 야생동식물보호법을 제정하면서 도축 연한을 10년으로 낮췄다. 결국 사육곰들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웅담 채취라는 인간의 이기적 욕심이 맞물리며 10년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2014~2016년 증식금지사업을 통해 2015년 이후 새로 태어나는 사육곰은 없다. 마지막으로 태어난 곰이 10살이 되는 2025년이면 이론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웅담채취 사육곰 산업을 끝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책임을 사육곰에 떠넘기고 죽음으로 치닫게 기다리는 일이 옳은 일인가? 여전히 500마리가 넘는 사육곰들이 철창 안에서 고통받고 있다.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먹이의 양은 점점 줄어들고 좁은 곳에 갇힌 스트레스로 인해 4평도 안 되는 곳을 하루종일 빙빙 돈다. 치료는커녕 어디가 아픈지 진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인간이 시작한 일, 스스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웅담채취가 유일하게 합법인 중국에서도, 밀렵과 불법이 성행하고 있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생추어리(Sanctuary, 동물 보호구역)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단체, 정부, 지자체, 기업 등 협력을 통해 부지를 마련하고 시설을 건설해 밀렵이나 불법 사육된 곰들을 구조하고 치료·재활을 통해 안정적인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보호시설을 건설해 한 마리라도 더 많은 곰을 시한부 삶에서 구해야 한다. 사육곰 생추어리는 단순히 사육곰 보호시설이 아니라, 한국의 동물과 생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드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사육곰도 같은 반달가슴곰이며, 같은 생명이다.

임태영(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





가톨릭신문



발행일2019-06-16 [제3149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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