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에서 그리스도 발견하기
말씀과 함께하는 6주간 中 1주: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겠습니까?

1)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겠습니까?

① 성경말씀 읽기: 창세 1,26-31; 2,4-10.15-25; 에페 4,1-2; 5,1-2. 21-33

② 첫 느낌 나누기 (5분)

성경을 읽으면서 생겨난 의문점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놀랍고, 인상 깊고, 기쁨이 느껴졌거나, 도전이 된 구절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③ 묵상 길잡이

창세 1,26-31 고대 근동지방 사람들은 왕을 신의 모상 또는 신의 대리자로 생각했습니다. 성경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하느님을 닮은 모습은 왕뿐 아니라 쟁기질하는 남자들과 염소 떼를 먹이는 아낙네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납니다.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다스리라고 창조하신 왕다운 민족입니다. 남성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갖는 고유한 특징은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차원입니다. 하느님은 성이 없지만, 우리가 당신처럼 생명을 나누게 하려고 남성과 여성으로 창조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자녀들에게 생명을 나누어 줌으로써, 우리는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남성으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동참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하신 첫째 말씀, 곧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창세 2,4-10.15-25 첫째 창조설화는 인간의 공동체적 측면을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둘째 창조설화는 인간의 개별적인 측면을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 첫째 인간을 창조해 나가시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조심스럽게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코에 숨을 불어넣으십니다. 여기에서 인간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인간은 하느님과 가깝지만 그럼에도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도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았습니다. 남자 혼자서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목적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애초부터 누군가와 함께 살도록 계획되었습니다.

남자에게는 어떤 사람이 필요했을까요?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라는 말을 기준으로 제시하십니다. 히브리어로 "협력자"에는 '삶에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노예처럼 도우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멉니다. "어서 제게 오소서. 저의 도움. 저의 구원은 당신이시니"라고 시편 저자가 노래하듯이, 구약성경에서 '협력자'라는 단어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대상은 하느님이십니다. '협력자'라는 단어에는 '현존하면서', '거스르지 않고', '서로 마주하는', '응답하는'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부르는 이 단어는 협력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동등한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창조 이야기의 맥락에서 보자면 이 단어는 남자와 여자가 성적으로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음을 알려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여자를 창조하셨습니다. 고대 근동 지역 전체를 통틀어 남자의 창조와 별개로 여자의 창조를 고유한 사건으로 다루는 경우는 창세기 설화가 유일합니다. 한마디로, 창조설화는 존재 자체로 여자가 남자와 동등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창세기에서 남자는 자신이 누구를 찾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았을까요? 의심해 볼만합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를 보자마자 바로 확신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성경은 처음으로 인간의 목소리를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이 외침은 연애시 같이 달콤합니다. 다시 말해서 사랑의 송가입니다. 그녀야말로 자기에게 어울리는 협력자임을 노래합니다. “이야말로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창세 2,23) 여자는 남자에게 그리고 남자는 여자에게 기쁜 마음으로 응답합니다.

지금까지 창세기에 등장한 ‘사람’이라는 단어가 히브리어에서 ‘인간’또는 ‘인류’를 가리켰다면, 이제부터는 ‘성인 남자’를 지칭하게 됩니다. “남자에게서 나왔으니 여자라 불리리라”(창세2.23) 성서학자 나훔 사르나에 따르면 “인생의 동반자인 여자를 대면했을 때 비로소 그는 자기 자신의 남자다움과 충만함을 발견하였다”고 합니다. 아마도 남성이었을 법한 성경저자는 여자가 남자를 대면했을 때 무엇을 발견했는지에 대해서는 독자의 상상력에 맡겼습니다.

창조설화는 비유의 방법을 이용해 남자와 여자가 근원적으로 끌린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남자에게서 빼낸 갈빗대로 여자를 지으셨다는 둘째 창조설화의 배경을 짐작해 본다면 서로 갈망하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에는 잃어버린 일치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창조설화가 알려주듯이 상호 간의 사랑으로 완성에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갈망이 우리 존재의 심연에 새겨져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둘이 한 몸이 되어”(창세2,24) 일치하도록 계획하셨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설명하듯이 인간의 몸에는 ‘혼인의 목적’이 담겨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혼인을 위해서 창조된 것입니다.

첫째 창조설화의 남자와 여자의 성의 상이성은 새 인간을 낳아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기 위한 능력이라면, 둘째 창조설화에서 성차는 동반과 기쁨을 누리기 위한 토대가 됩니다. 이런 주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창조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이 장면을 끝내면서 남자와 여자는 ‘둘 다 알몸으로 현존하면서도’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았고’(창세기 2,25), 협력자이자 동반자, 연인 그리고 벗으로 느닷없이 등장한 상대방의 모습에 감탄하면서 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둘째 창조설화에서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창세 1,27)으로 창조되었다는 점을 궁금해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개념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둘째 창조설화를 설명하듯이 남자와 여자는 사랑의 일치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위격이 누리는 친교의 이미지”를 드러냅니다. 곧 성부, 성자, 성령 세 위격 간의 친교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에페 4,1-2:5,1-2,21 아내와 남편을 대상으로 콕 집어서 말하기 이전에 바오로 사도는 그리스도인 전체를 대상으로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을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고 호소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겸손”이란 이웃이 우리의 돌봄을 받기에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곧 이웃의 필요를 우리의 필요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겸손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서 2장 3-8절에서 예수님을 겸손의 완벽한 모범으로 제시합니다. 겸손의 뜻을 좀 더 넓혀보면 이웃의 종처럼 행동하는 것입니다. 곧 겸손은 우리 자신이 이웃에게 종속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 하십시오”(에페 5,21)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겸손과 사랑으로 서로 섬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른 곳에서도 바오로 사도는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갈라 5,13)라고 쓰고 있습니다. 겸손으로 섬기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핵심이라면 그리스도인의 혼인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에페소서 5장 21절은 모든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바오로 사도가 호소한 사랑의 삶에 대한 결론인 동시에 1세기의 가족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권위의 종속관계 (아내와 남편, 자녀와 부모, 종과 주인)를 안내하는 도입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5장 21절은 바오로 사도가 말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순종을 준비하는 구절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바오로 사도는 남편의 ‘권위’라는 주제에서 ‘부부 상호간의 사랑’으로 관심사를 바꿈으로써 혼인생활에 대한 자신의 지침을 바꿀 것입니다.

에페 5,22-23 바오로 사도는 창조에 대한 둘째 설화(창세 2,21-25)에 숨은 뜻을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곧 둘째 창조설화는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를 비유로 설명합니다. 하느님께서 자기 자신을 내어준 아담의 몸에서 하와를 지어내셨듯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기까지 자신을 내어주셨기에 예수님의 몸에서 교회가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혼인에 관한 이미지들은 인간과 일치하고 싶은 예수님의 갈망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곧 아담이 하와와 결합하여 “한 몸”이 되고 싶었듯이 예수님의 우리에 대한 사랑도 그러하다는 것입니다 .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전까지 교회와 그리스도의 혼인은 아담과 하와의 혼인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리스도가 오셨고, 교회와 그리스도의 혼인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혼인에서 다시 드러나고 있습니다. 혼인한 사람들은 자기들 안에 살아 계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혼인은 성사입니다. 곧 세상의 가치를 통해 그리스도는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남편에게 아내를 사랑하라고 하면서도 아내에게는 남편을 사랑하라고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말에는 사랑에 대한 요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바오로 사도가 부부를 대상으로 말하는 순간에도 모든 그리스도인을 대상으로 말할 때와 마찬가지로 겸손과 사랑의 섬김에 대한 요구가 메아리처럼 다시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아내에게 순종하라고 했지만 남편에게는 순종을 요구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에는 남편도 아내에게 순종해야 한다는 뜻이 숨어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의 행복을 위해서도 남편도 아내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부부생활을 잘 관찰한 것처럼 “아내가 남편에게 종속되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사랑은 남편도 동시에 아내에게 종속되게 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부부가 자신을 상대방에게 선물로 내어주는 것도 “상호 종속”이라고 말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는 종속됨의 모범을 예수님의 겸손한 사랑에서 발견합니다.

④ 묵상

인간은 가장 훌륭한 창조물입니다. 하느님을 닮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인류에게 혼인은 하느님 사랑을 표시하는 “원성사”이기 때문에 혼인한 두 사람은 특별한 방법으로 하느님의 모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 혼인한 두 사람은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을 특별한 방법으로 드러냅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또 하나 놀라운 점은 혼인한 모든 배우자가 이러한 삶으로 초대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바오로 사도가 말한 완전한 자기 증여의 삶에 대한 능력을 모든 배우자가 받았다는 뜻일까요? 신양성경학자 스티븐 밀레틱은 혼인한 배우자들에게 바오로 사도의 말씀으로 도전해 보라고 제안합니다. 마치 바오로 사도가 말했던 것처럼 이렇게 권고합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설교에 응답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에게 필요한 사랑은 그리스도께서 마련해 주신다는 사실을 체험하십시오.”

⑤ 질문

☆ 모두를 위한 질문 ☆

창세기 2장 21-22절을 다시 읽어 봅시다. 여자를 처음 본 순간, 남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었나요?

2. 창세기 1장 31절에서 창조를 마치신 후 하느님의 감회와, 2장 23절에서 아담이 하와를 대하는 첫 느낌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까? 공동점이 있다면,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3. 배우자가 인생의 동반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배우자가 친구 같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혼인생활에서 우정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배우자와의 우정은 다른 친구들과 맺는 우정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4. 혼인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나 자신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경험이 있나요?

☆ 혼인생활에 관한 질문 ☆

5. 겸손하게 섬김으로써 서로를 사랑하는 부부나 그런 배우자의 모범을 보았다면 이야기해 봅시다. 그들을 보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었습니까? 여러분의 (현재 또는 미래의) 배우자를 좀더 사랑하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6. 여러분이 배우자에게 감사하는 일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감사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감사하는 마음이 줄어들었나요? 그렇다면 어떻게 감사하는 마음을 되살릴 수 있을까요?

7. 개인성찰: 배우자가 하느님의 모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배우자가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묵상은 배우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바꾸어 줍니까?

8. 개인성찰: 배우자를 위해 연애시를 쓰거나 노래를 작곡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거나, 화분 또는 꽃다발을 준비한 적이 있습니까? 조만간 배우자에게 감사 표시를 할 참신한 방법이 있을까요?

9. 핵심질문: 지금 앞에 있는 배우자에게 감사하게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 봅니다. 배우자가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감사를 표현하는 데 남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여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에게 특별했던, 그래서 감사의 마음이 잘 전해졌던 방법은 어떤 것입니까?

⑥ 마침기도

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 1장 17-19절을 큰소리로 읽습니다.

우리의 혼인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이 드러나기를 청하며 기도합시다. 미혼이라면 여러분의 삶 전체를 돌아봅시다.

◇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혼인생활에서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선물이라는 점을 말하며 “이 선물의 가치를 깨닫는 순간,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에게 배우자와의 혼인생활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또는 인류에게 혼인의 선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여러분의 방식으로 표현해 봅시다. 주님의 기도로 마칩니다. ◇

결혼생활에서 그리스도 발견하기,바오로딸 출판,  p26~46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