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에서 그리스도 발견하기

말씀과 함께하는 6주간 中 2주: 나 그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네.

2) 나 그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네.

① 성경말씀 읽기: 아가 3.1-4; 4.9-5.1; 7.6-12; 8.6-7

② 첫 느낌 나누기 (5분)

  성경을 읽으면서 생겨난 의문점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놀랍고, 인상 깊고, 기쁨이 느껴졌거나, 도전이 된 구절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③ 묵상 길잡이

  아가 3,1-4 (신부): 아가가 기록될 당시 여성들이 밤거리를 혼자 다니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밤에 신부가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니는 대목은 상상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내용을 보면 그녀가 무엇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여인의 마음은 온통 사랑이라는 야경꾼들과 마주쳐도, 밤에 혼자 다녀 송구하다는 사과 한마디 없이 도리어 “내가 사랑하는 이를 보셨나요?”라고 묻습니다. 어떤 주석가는 사랑하는 마음이 그녀를 과감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찾아낸 사람은 야경꾼이 아니라 여인입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자 붙잡고 놓지 않습니다. “나 그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네.” 붙잡고 놓지 않다는 히브리어의 뜻은 ‘체포하다’입니다. 그녀는 혼신의 힘, 곧 ‘영혼’을 다해 사랑하고 있습니다. ‘영혼’이라는 히브리어의 뜻은 ‘모든 존재를 다해서’입니다.

  아가 4,9-16 (신랑):여자가 그런 것처럼 남자도 여자에게 푹 빠져있습니다. 신랑 될 사람도 “그대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소!”라며 행복한 투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의 히브리어 뜻은 “당신은 내 마음을 훔쳤소!” 또는 “당신이 나의 심박수를 높여놓았소!”입니다. 어떤 성서학자가 제안한 좋은 번역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나를 미치게 만들어 버렸소!”

신랑은 신부를 ‘누이’라고 부릅니다. 아주 친밀한 감정을 드러내는 수사학적 표현입니다. 현대인에게는 신기하게 들리겠지만, 이 표현은 아담과 하와에게 던진 인사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창세 2,23)이라는 표현은 ‘친척’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신랑은 신부에게 말합니다. “그대의 입술은 생청을 흘리고 그대의 혀 밑에는 꿀과 젖이 있다오”(아가 4,11) 다시 말해서 그녀의 말과 입술 그리고 숨결이 달콤하게 느껴진다는 말입니다. 신랑에게 신부는 향기 가득한 정원 같습니다. 멀리 근동 지역에서 자라는 레바논의 향목과 이름난 관목을 모두 갖추어 놓은 정원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국적인 정원에 머무는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 체험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신랑은 신중하지만 단호하리만큼 관능적으로 신부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의 음부를 가리켜 ‘새싹’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히브리어로 ‘정원’(4,13)은 영어의 ‘파라다이스’를 뜻합니다. 곧 첫 번째 남자와 여자가 에덴동산에서 누렸던 그 기쁨을 이 연인들도 맛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북새바람과 마파람이 불어와 온갖 향료들이 정원으로 흘러내리게 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아가 4,16 (신부): 북새바람과 마파람을 부르는 남자의 외침에 여자가 응답합니다. “나의 연인이 자기 정원으로 와서 이 맛깔스러운 과일들을 따 먹을 수 있도록!” “닫힌 정원, 봉해진 우물”의 이미지로 여자를 묘사하는 것은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언급하듯 여자가 스스로 자신을 소유한다는 뜻입니다. 그녀가 “신비한 영역에 대한 주인”입니다. “자기 선택의 주인”으로서 신부가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내어 주는 것입니다.

  아가 5,1; 7,7-10 (신랑): 사랑하는 이의 눈에 비친 신부의 모습은 키 큰 야자나무 같습니다. 그녀가 삐쩍 말랐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랑의 눈에는 그녀의 젖가슴이 야자나무 꼭대기에 달린 무거운 열매송이처럼 보인 것입니다.

  아가 7,11-13; 8,6-7 (신부): 여자는 단 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시록에서 밤을 재내자고 제안합니다. 여기에는 이들 사랑의 사적인 면모가 있습니다. 곧 주변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황이 배경에 깔려있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고대 사회에서 혼인을 구성하는 요소인 가부장들의 합의, 재산, 상속권, 지참금, 신부 몸값 등의 목록이 아가에는 모두 빠져있습니다. 아가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등장합니다. 심지어 자녀도 언급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갈망’을 표현하면서 신부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히브리어를 씁니다. 이 단어가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성경 구절은 순명하지 않은 하와에게 하느님이 벌을 주실 때입니다. ‘너는 네 남편을 갈망하겠지만 그가 네 주인이 될 것’(창세 3,16)이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원한다’ (아가 7,11)고 신부가 확신할 수 있는 까닭은 이들의 사랑이 서로 동등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배하는 저주스러운 사랑은 사라지고, 남자와 여자 사이에 동등한 사랑이 회복되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들의 사랑이 ‘파라다이스’로 돌아가는 가는 길을 열어 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장처럼 나를 당신의 가슴에 ... 지니셔요”(아가 8,6) 고대 근동 사람들은 작은 돌에 자기 이름을 새긴 인장을 들고 다녔는데, 인장은 부드러운 점토 위에 이름을 새겨 문서를 결재할 때 사용했습니다. 인장에는 보통 신들을 상징하는 그림을 새기고 악귀를 쫒아내기 위해 목걸이나 팔찌로 만들어 부적처럼 달고 다녔습니다. 여자는 자신을 부적처럼 가슴에 품거나 팔에 감고 다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바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사랑이 신랑의 죽음마저도 막을 수 있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자신의 사랑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표현하고 싶은 것입니다. ‘죽을 만큼 잘못된 행동’이라는 표현에서 보듯, 영어의 ‘죽을 만큼’이라는 표현은 ‘절대적으로’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를 생각하면, 우리는 그녀의 사랑이 죽을 만큼 절대적으로 강하다. 곧 이보다 더 강력한 사랑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장이라는 이미지에는 사랑하는 이의 위험에 자신이 개입하겠다는 여자의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이를 죽음에서도 구해낼 기세입니다. 그러한 열정과 헌신은 금과도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8,6-7참조)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관능적인 사랑은 자기중심적이고 착취하는 사랑으로 변질될 위험이 높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가에 등장하는 연인에게 그러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서로 끌리는 감정과 갈망을 존경과 소중함, 헌신하는 마음으로 승화시킵니다. 아가는 연인의 사랑이 왜 이런 경향을 띠게 되었는지 심사숙고해 보라고 초대합니다.

④ 묵상

  신랑과 신부의 노래에는 선정적인 문구를 사용한 노골적인 표현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 노래가 신체 부위나 성행위를 음란하게 묘사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서로를 향한 감정을 수사학적 언어로 표현합니다. 이들은 서로를 갈망하는 마음을 즐기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로서 상대방에게 매료외어 있습니다. 곧 상대방이 함께 있다는 사실에 도취되어 있는 것입니다. 성서학자 오트마르 킬은 연인들의 이런 상태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아가에는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엄청난 존경심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산속에 있는 잠긴 정원에 숨어있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갈망하는, 그래서 그 빛에 접근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방을 서로 엄청나게 존경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대단히 아름답고 빛나며, 웅장한 대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상대방에게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것과 접근 가능한 모든 것, 소유할 nt 있는 모든 것을 형언할 수 없는 선물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아가는 사랑에 빠진 모든 사람의 진실한 마음을 노래합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 중에 미모의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연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사랑하는 이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특히 교제할 때와 신혼 때가 그렇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주기보다는 받으려 합니다. 특히나 성이 개입된 관계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집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목적을 헤아리기보다는 자기의 목적을 이루고 싶어 합니다. 아가는 성적인 사랑도 자기 증여적 사랑을 위한 일치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사실 우리 인간의 이기적인 성향은 성적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른바 신학자들이 원죄라 부른 손상된 의지에서 온 것입니다 (로마 5,12-21참조). 창세기 2장이 보여주듯 인간에게 성적 갈망은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곧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그렇게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의 성적 갈망 자체는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우리의 성이 ‘조화롭지 못한 상태’에 있다고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완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필요로 합니다. 완전하고 싶은 갈망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신의 생명 전체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바람은 자연스럽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아내와 남편이 되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되어 완성에 도달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말했듯이 모든 인간 사랑에 포함된 필요와 갈망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심지어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도 선물입니다.

   아가는 성적 갈망이 사랑의 걸림돌이 아니라 사랑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성적 갈망이 어떻게 작용하면 그리 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 끌리는 마음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가깝게 해줍니다. 그리고 두 사람만의 특권인 친밀한 관계를 통해서 그들이 더 깊은 아름다움을 맛보게 합니다. 곧 사랑받는 이 안에 있는 인간의 광채를 발견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찰덕분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설 수 있고, 옆에 머물 수 있으며, 이토록 매혹적인 창조물 안에서 한 인간의 영원한 가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경험하고 있습니다”라며 사랑하는 이가 귓속말로 속삭입니다.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당신’의 선함을 갈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신의 현존을 기뻐하면서 ‘당신’의 행복을 갈망하게 됐습니다. 당신이 나로 말미암아 남편이자 아버지, 아내이자 어머니가 되어 하느님 창조에 걸맞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일, 곧 나 자신을 당신의 선한 마음에 헌신하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나에게 그 기쁨을 허락해 주세요. 당신의 마음 안에 나를 품어주세요.”

   남녀가 서로 성적으로 알게 되는 현상을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랑의 원료’라고 불렀습니다. 물론 서로를 파괴하는 재료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제 연인들은 자신이 받은 사랑의 원료로 무엇을 만들어 낼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⑤ 질문

☆ 모두를 위한 질문 ☆

  아가를 읽고 떠오른 이미지를 오감을 활용해 표현해 봅시다.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절제된 표현은 무엇입니까? 균형 잡힌 표현 때문에 놀랐다면 어떤 것인지 적어봅시다.

  아가에서 시적 감각을 살려 고백한 사랑의 대화가 귀하게 느껴지는 까닭을 생각해 봅시다. 3장 1-4절을 다시 읽어 봅시다. 여자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딱딱한 말투로 고백했다면 어땠을까요? 제4장 9-16절을 다시 읽어 봅시다. 남자가 “나랑 같이 잡시다”라고 말하고, 여자는 “그러든지요”라고 대답했다면 아가의 여운이 느껴졌을까요?

  관능적인 사랑 외에 어떤 갈망과 매력, 이끌림이 ‘사랑하는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주었습니까? 또 무엇이 ‘나 자신’을 상대방에게 헌신하게 만들었나요? 그리고 무엇이 ‘두 사람’이 인격적인 완성에 도달하는 길을 발견하게 해주고 결국 이웃에게도 봉사하게 만들었나요?

  어떤 사람이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그 이유를 적어봅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름다움의 참된 기준과 거짓 지준은 무엇입니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아름다움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 사람은 사회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평가절하 된, 그래서 잘 드러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묘사해 봅시다. 어떻게 하면 인격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 혼인생활에 관한 질문 ☆

5. ‘사랑에 빠진 상태’와 ‘사랑 안에서 성장하는 삶’은 어떻게 다른가요? 둘은 연관성이 있나요? 사랑 안에 머무는 사람이 사랑 안에서 사는 삶으로 성장한다면, 이를 위해 핵심이 되는 결정이나 행동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6. 부부의 성적 갈망이라는 주제와 연관해서, 말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것보다 어느정도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적절한 표현은 어디까지가 좋을까요?

7. 최근에 배우자가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을 떠올려 봅시다. 그 감정을 배우자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했나요?

8. 개인성찰: 여러분은 배우자에게서 아름다움과 미모 그리고 여러분을 신명나게 하는 재주를 발견했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름다운 모습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나요? 이런 시각이 예전처럼 회복될 수 있을까요?

9. 핵심질문: 여러분은 자신을 배우자의 연인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까? 배우자들이 서로를 연인으로 생각하는 태도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부부는 언제 서로 연인이 되는 일을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될까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가 생기고 나서? 아니면 손자손녀가 생기고 나서?

⑥ 마침기도

토빗기 8장 4-9절을 소리 내어 읽어 봅시다. 다 읽기도 전에 여러분은 이 구절이 결혼한 부부의 첫날밤을 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읽고 나서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집시다. 이번 주 독서와 나눔 과정에서 하느님이 떠오르게 해주신 묵상을 바탕으로 그분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집시다. 주님의 기도로 마칩니다.

결혼생활에서 그리스도 발견하기, p54-73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