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에서 그리스도 발견하기

말씀과 함께하는 6주간 중 6주: 우리 혼인에도 함께하소서

☆ 우리 혼인에도 함께하소서 ☆

① 성경말씀 읽기: 요한 2,1-11; 14,15-29; 15,1-17

② 첫 느낌 나누기 (5분)

성경을 읽으면서 생겨난 의문점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놀랍고, 인상 깊고, 기쁨이 느껴졌거나, 도전이 된 구절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토론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면서, 다른 분들의 첫 느낌을 조용히 들어 봅시다.

③ 묵상 길잡이

요한 2,1-11: 1세기경의 갈릴래아 지방 사람들은 혼인잔치를 며칠 동안 지냈기 때문에 잔치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일은 아마 낯선 사건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당황했던 이유는 혼인잔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포도주가 떨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혼인잔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런지 예수님은 서둘러 자리를 떠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잔치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혼인한 부부와 예수님이 가까운 친척이라면 이들은 어릴 때부터 절친한 사이입니다. 이 잔치가 버러진 때는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기 직전입니다. 카나의 혼인잔치를 기점으로 예수님은 고향인 나자렛을 가끔씩만 방문하고 여러 마을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카나에서 있었던 예수님의 혼인잔치 참석은 갈릴래아 지방에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수님은 혼인잔치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기색이 역력합니다. 이유가 어떻든 잔칫집에 예수님이 함께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신혼부부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여러분이 혼인한 것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첫 표징은 예수님이 장차 보여줄 당신의 사명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유다인 정결예식에 사용되던 물 항아리는 모세를 통해 맺어주신 하느님의 계약을 상징합니다. 계약의 물 항아리 안에서 변화한 새 포도주는 새 계약의 시대가 왔음을 알려주는 상징입니다. 곧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과 새로운 관계가 맺어졌음을 상징합니다. 술이 잔치의 즐거움을 지속시키듯이, 포도주는 새 시대에 회복된 기쁨을 암시합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꾼 기적은 예수님의 사명을 알려줄 뿐 아니라 혼인에 관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메시지는 아주 단순합니다. 예수님은 혼인한 부부를 지원해 주시는 분입니다.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고 일꾼들에게 말한 것을 보면 성모님은 아들 예수님이 행할 사명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말씀에는 아들 예수를 신뢰하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곧 예수님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모든 이가 협력하여 좋은 일을 이루리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성모님이 재촉하자 예수님은 이제 막 함께 살게 된 부부에게 예기치 않게 닥친 첫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이런 행동은 모든 부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당신이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영원토록 알려줍니다.

예수님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주시고 본래 좋던 것을 더 좋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여기에는 예수님이 알려주고 싶은 혼인에 관한 중요한 가르침이 숨어있습니다. 본래도 훌륭한 혼인의 선물이 더 훌륭한 모습으로 바뀌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곧 당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부가 서로 사랑하게 되고, 먼 훗날 하느님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쁨을 이들이 지금의 혼인생활 안에서 맛보기를 바라시는 것입니다. 평생 충실하게 신의를 지키며 살아온 노년의 부부에게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들은 말씀을 우리도 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포도주를 끝까지 남겨두셨군요!”

요한 14,15-29: 카나에서 신랑과 신부가 혼인할 때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는 동안 신랑 신부의 가정에 몸은 함께 머물 수 없었습니다. 이는 최후 만찬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함께 머물지 못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내가 떠나는 것이 너희에게 이롭다. 내가 떠나지 않으면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오지 않으신다. 그러나 내가 가면 그분을 너희에게 보내겠다” 여기서 ‘보호자’는 성령을 말합니다. 예수님의 몸은 떠나시지만 성령이 오십니다. 성령을 통해 예수님은 카나에 있던 모든 제자와 함께 머무실 뿐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가정에도 함께 머무십니다. 예수님은 혼인잔치에 함께 계셨을 뿐 아니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과 함께해 주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알려주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곧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고, 홀로 버려두지 않으며,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이 약속은 예수님이 성부 하느님께 받은 구체적인 사랑의 체험을 근거로 합니다. 혼인한 부부도 하느님 사랑의 체험에 동참하기 바라십니다.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예수님은 말씀 안에 머물러서 당신을 믿고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성령을 받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건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배우자를 위한 살아계신 하느님 사랑의 선물이 ‘성령’이라고 했습니다. “성령의 선물은 원기 왕성한 활력을 일으켜서 부부가 일상을 통해 누구도 도달한 적 없는 풍성한 일치를 이룩하게 하십니다. 곧 성려의 선물은 몸과 성품, 마음, 지성적 의지 그리고 영혼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원에서 부부가 풍성한 일치를 누리게 합니다.” 성령은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그 사랑을 그리스도인 부부의 마음에 근본적으로 새기도록” 인도해 줍니다. 카나의 혼인잔치에 물 항아리에 새 포도주를 가득 채워주셨듯이, 예수님은 혼인생활을 새로운 것으로 가득 채워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요한 15,1-17: 예수님은 영을 통하여 우리 안에 머무는 것과 더불어 우리가 당신 안에 머무는 것에 대해서도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우리 안에 머무셨듯이 우리가 당신 안에 머물게 되면 당신의 기쁨을 함께 누리며 충만한 삶을 알게 될 것이라고 약속하십니다. 당신과 함께 머무는 사람은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새 포도주가 상징한 참 기쁨을 예수님의 현존 안에 맛보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청하라고 하셨습니다. 이는 허공을 향해 내뱉는 공허한 기도가 아닙니다. 성령을 통하여, 성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오시고 예수님이 우리 삶 안에 오셔서 관여하시도록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 하느님께서는 멀리 계신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우리 안에 살아계십니다. 우리 삶의 매순간 긴밀하게 관여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당신 안에 머물기를 원하신 예수님은 혼인한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동안에도 기도하기를 바라십니다. 특히 세 가지 기도가 중요합니다.

미사: 예수님은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 목숨을 내어놓으심으로써 드러난 예수님의 큰 사랑이 미사 중에 우리 앞에 현존합니다. 따라서 미사는 자연스럽게 배우자들이 드리는 기도의 중심이 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성찬례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리스도가 교회가 맺은 사랑의 계약이 재현되는 자리, 곧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당신 피로 사랑의 계약이 재현되는 자리가 성찬례입니다. 이 희생 제사를 통해 새롭고 영원한 계약이 이루어졌으니, 혼인 서약을 통해 맺어진 부부들도 자신들이 맺은 계약의 기초를 미사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성찬의 식탁에서 받는 애덕의 선물은 그리스도인 가정이 ‘친교’와 ‘’선교’ 사명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초이자 영혼입니다.”

가정기도: 가정기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마련된 기도 시간 외에 일상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거나 받은 축복에 대해 감사드릴 수 있습니다. 가정기도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지만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아들 예수를 신뢰하여 기도의 모범이 되신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는 것도 슬기로운 방법일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부부기도: 부부기도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정기적인 형태를 갖추고 기도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④ 묵상

예수가들은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일어난 기적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어떤 그림이 최고의 작품이냐고 묻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카나의 기적이 재현된 최고의 작품은 그리스도가 삶을 변화시켜 주신 남편과 아내입니다. 카나에서 물이 포도주로 바퀴는 기적보다는 천천히 진행되겠지만, 부부 상호 간에, 자녀들에게 그리고 이웃들에게 현존하는 당신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그리스도가 이들 삶을 변화시켜 주신 기적이 최고의 작품인 것입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제 친구 부부는 혼인 미사 때 들은 강론을 늘 기억하며 산다고 말했습니다. “영원히 기억할 것은 딱 한가지입니다. 카나의 기적이 오늘도 이어지게 하십시오.” 이 강론은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⑤ 질문

☆ 모두를 위한 질문 ☆

1. 요한복음서 2장 9-10절에서 신랑과 과방장은 포도주가 떨어진 사실을 알았습니까?

2. 잔치를 할 때 사람들은 왜 좋은 포도주를 먼저 내놓는 것일까요?

3.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은 혼인한 부부들에게 어떤 모범이 됩니까? 성모님은 예수님을 따라는 모든 제자들에게 어떤 모범이 됩니까?

4. 성령의 현존을 체험한 적이 있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성령께 마음을 열수 있도록 도와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5. 평화를 주시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은 현재 혹은 미래의 부모로서, 신앙의 자녀를 둔 대부모로서, 젊은이들의 친구로서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를 전해줍니까? 다시 말하면, 여러분은 자신의 자녀들, 신앙의 자녀들에게, 젊은 친구들에게 어떤 약속을 하겠습니까?

☆ 혼인생활에 관한 질문 ☆

6. 미사 중에 부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7. ‘이 순간 하느님께서 우리 부부와 가정에 함께하셨구나’라고 생각하게 하는 체험은 다른 사람들은 납득할 수 없어도 여러분 가족에게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그러한 체험이 있다면 나누어 봅시다.

8. 주님의 날, 곧 주일은 여러분의 가정과 부부에게 어떤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까? (카톨릭교회교리서 1166-1167항 참조)

9. 개인성찰: 여러분의 혼인생활에서 성령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곳은 어떤 부분입니까? 성령이 오시도록 청하기 위해, 여러분은 어떤 노력을 하겠습니까?

10. 핵심 질문: 부부로 사는 동안 예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는 사실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부부로 사는 동안 여러분은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까? 무엇이 두 사람을 예수님과 더 친밀하게 해주었습니까?

⑥ 마침기도

하느님 아버지,

당신 사랑의 계획을 드러내시기 위해,

남편과 아내가 일치하는 모습을

당신 백성과 맺은 계약의 표징으로 삼으셨나이다.

주님, 이 부부들이 사랑의 성사를 이루게 하시어

당신 사랑의 선물을 서로 나누게 하시고,

자신의 혼인생활 안에서 당신 현존의 증거자가 되어

마음과 정신으로 일치하게 하소서.

함께 가정을 계속 꾸러나갈 도움을 주시고,

서로가 선하고 충실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축복도 내려주소서.

하느님 아버지,

지상에서도 당신의 식탁에 함께 모여 기뻐하듯이

언젠가 천상에서 당신 축제에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누게 하소서.

결혼생활에서 그리스도 발견하기 (p, 136~153)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