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생명은 이미 뱃속에서 꽃을 피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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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숨 쉬는 뱃속은 온종일 깜깜한 어둠이겠지! 아기가 세상에 나올 때 얼마나 눈이 부실까?” 우리 부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박보다 커진 배를 이리저리 살피며 귀를 대봤다가 톡톡 두드려도 봤다가 말도 걸어본다. 아기는 뱃속 공간이 꽤 넓은지 오른쪽에 쏠려 있다가 금세 왼쪽으로 옮겼다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지난주 가톨릭 교회 내 한 여성단체가 바자 수익금을 불우이웃 단체에 전달하는 전달식에 참석했다. 수익금을 받은 성매매 여성 쉼터 책임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랫동안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다 쉼터에 입소한 여성이 자신이 낳은 아기를 입양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여섯 번 낙태한 여성이 처음 출산한 아기를 입양 보내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여섯 번의 낙태와 첫 출산, 그리고 입양….’ 일곱 번째 태아가 세상의 빛을 봤고, 입양된다는 소식이 안타까우면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가도, 가장 안전해야 할 엄마의 자궁에서 여섯 명의 태아가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가끔 언론보도로 접하는 태아 유기 사건, 낙태 등 끔찍한 뉴스가 떠오르며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현실 앞에서 얼마나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 물질만능주의로 물든 현실 속에서 우리는 생명을 선택하기를 때로 두려워한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동안 고등학생들은 아무도 구조하러 오지 않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동영상으로 남겼다. 배 안에서 “구조 좀…”하고 외쳤던 여고생의 마지막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생명은 이미 뱃속에서 꽃을 피웠지만, 부모들의 갖가지 사연과 환경, 다양한 이유로 엄마 품에 안기지 못하는 태아가 많다. 이 여린 생명들은 구조해 달라고 외칠 수가 없다. 시인 제프 딕슨의 시 구절처럼, 우리는 생활비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부끄러움이 밀려온다. 서른세 살의 나 역시, 이 시대에 물든 엄마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어공부는 10년이 넘게 해왔으면서, 자기소개서는 열 번도 넘게 고치고 또 고쳐봤으면서 한 인간을 길러내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부모 되는 법’은 누구에게도 배워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지금도 아기가 뱃속에서 콩콩거린다. 평화가 딸꾹질을 하나 보다. [평화신문/126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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